성장기에 반복적 학대 경험은
PTSD와 다른 복합외상 이어져
근본 원인 다각적 접근이 필요
긍정적 양육환경 관심과 소통을
아동·청소년이 성장하는 시기에 경험하게 되는 학대 사건은 인생에서 큰 외상사건에 해당하며, 1개월 이상 스트레스로 인한 고통이 지속된다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볼 수 있습니다. PTSD는 사건이 지금 다시 일어나는 느낌을 주는 기억이 떠오르는 재경험, 사건을 떠올릴 수 있는 단서나 상황을 피하는 회피,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속담과 같이 지나치게 조심하거나 경계하는 과경계의 증상을 경험합니다. 심리치료 장면에서 어린 연령의 아동들은 놀이장면에서 외상을 표현하거나 악몽을 경험하고 보고하는 등의 모습을 종종 보이며, 스트레스 수준에 따라 외상 사건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해리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아동·청소년 시기에 반복적이고 장기적인 학대 경험은 일반적인 PTSD와는 다르게 복합 외상으로 이어져 오랜 기간 심리적 장애를 호소할 수 있습니다. 복합 외상이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대인 간 폭력 사건을 말하며 대표적으로 아동학대, 가정폭력, 난민경험, 성매매나 인신매매 등이 있습니다. 일회성 사건으로 발생하는 PTSD와는 달리 정서조절 문제, 부정적인 자기개념, 대인관계 문제 등을 동반하며 여러 연구에서 복합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Complex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는 다양한 정신병리(정서장애, 충동장애, 사회성 장애, 약물 남용, 신체화, 해리성 장애 등)를 많이 경험하고 성격장애와도 공병률이 높은 것으로 연구되었습니다.(안현의, 2007, 복합외상의 개념과 경험적 근거. 한국심리학회지: 일반, 26(1), 105-119)
경기도거점아동보호전문기관 심리지원팀은 도내 고난도 사례의 심리서비스나 치료사의 교육 및 자문을 지원하는 팀으로 대다수의 의뢰는 주의집중력 저하 및 행동 통제, 정서조절의 어려움 문제로 연계됩니다. 하지만 실제 평가에서는 ADHD(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보다는 외상 사건으로 인해 지나치게 외부 환경에 예민해져 주의가 쉽게 분산되는 사례를 더욱 많이 마주하게 됩니다. 평가 이후 외상 사건을 치료장면에서 다루어주며 심리적 불편감을 해소하였을 때 안정감을 경험하면서 각성 수준이 감소하여 주의집중력이 향상되고 문제행동도 감소하는 모습을 많이 보입니다.
또한 또래관계에서 신뢰를 쌓고 깊은 교류를 하는데 제한적이어서 욕구를 잘 표현하지 못하고 반영되지 않았을 때 쉽게 폭발하거나 공격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보통 적대적 반항장애나 품행장애로 의뢰되는데 근본적인 원인은 학대 경험으로 인한 부정적인 자기개념과 스스로를 비난하고 타인에 대한 신뢰감을 형성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학대 사건을 경험한 아동의 심리적 치유를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증상뿐 아니라 근본 원인에 대한 다각적 이해와 접근이 필요합니다.
아동의 정신건강은 올바른 성장과 자아정체성 확립에 매우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성장과정에서 부모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보호자는 자녀가 정서적 지지와 안정된 양육환경 속에서 다양한 대인관계 경험으로 사회성을 함양하고 스트레스에 적절하게 대처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다만 급격한 사회 환경의 변화는 과거와 현재 필요한 양육태도가 달라지고 있음을 시사하며, 우리는 아동에게 긍정적인 양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소통해야 합니다.
경기도거점아동보호전문기관은 자녀를 이해하고 긍정적인 양육환경을 조성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부모 양육태도를 기반으로 한 부모교육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강화하여 건강하고 안전한 부모-자녀 관계를 만들 수 있도록 돕고자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중입니다. 앞으로도 도내 아동·청소년의 심리적 안녕을 위해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외상은 혼자 견디게 해서는 안됩니다. 보호자와 자녀가 함께 손잡을 때, 회복은 더 빠르고 단단해집니다.
/천주명 경기도거점아동보호전문기관 심리지원팀장
[기고문 게재]
▶일시: 2025. 10. 23.
▶제목: '부모와 자녀가 함께 극복하는 외상'
▶매체: 경인일보(https://www.kyeongin.com/article/1753916)